생각여행/군바리시절
후보생의 추억(구대장 열전 1편)
코렐리
2008. 5. 29. 14:18
우리 후보생 시절의 훈육관과 구대장들 생각만 해도 재미있는 일화가 참 많았다.
하나씩 별명은 다 있었다.
그 별명은 성격적, 외모적 특성이 상당히 반영되어 있었고 지금 돌이켜 보아도 웃음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당직 구대장이었던 김명규 선배는 자신을 훈련관이라 소개하면서 '훈련관'이라는 호칭은 권위주의 탈피의 일환으로 '구대장'이라는 호칭에서 금년(1988년)부터 바뀌었다는 멘트와 함께 상당히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던 것이 새삼 기억난다.
아닌게 아니라 '훈련관'이 뭐냐? 부르기도 촌스럽고 듣기도 쪽팔리게 말이지.
어쨋든 후보생때 우리를 괴롭혔던 구대장들의 프로필을 한 번 되짚어 볼까나...
1중대(해군) 구대장 박성찬 대위
이 사람은 별명이 없었던 것 같다. 포항전지훈련 훈련을 다녀와서 수색대가와 유격대가를 부르는 우리를 보고 매우 아니꼬왔던 것 같다.
"우리는 해군 OCS(Officer Candidate School: 사관후보생 학교)80차가 아니라 해간(해병대 간부후보생)73기인 만큼 해군은 우리를 동기로 생각하지 말라"
는 김모 동기의 말이 이 사람 귀에 들어 갔던 모양이다. 사실 해군에선 우리 해병을 보구 해군 상륙병과라고 불렀지만 해군을 물방개라고 비하했던 우리 해병 입장에선 매미 닭잡아먹는 우끼는 소리였다. 그가 우리를 대가리 박게 만들고는
"어디서 되먹지 못한 노래를 배워 와서는 해간 운운하느냐 이 배은망덕한 새끼들"
이라는 비난을 던졌던 적이 있다. 이것이 다시 우리 훈육관이었던 안용희 선배의 귀에 들어가 박성찬 훈육관이 안선배의 훈육관실에서 무릎꿇고 싹싹 빌었다는 전설이 있었다. 그덕에 그날 우리는 자다말고 팬티바람에 비상소집을 당했다. 안용희 선배는 팬티바람으로 비상소집시켜 연병장 한쪽에 앉혀놓고 약간 달근한(?) 상태로 우릴 위로했다. 우리는 위로보다 한 숨의 잠이 더 소중했으니...
1중대 1구대장 홍병관 중위
이 사람은 작은 키에 눈이 크고 귀엽게 생겼다. 별명은 아톰. 그는 후보생들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하면서도 제스쳐를 힘있게 사용했는데 무쟈게 깜찍했었다. 후보생들 앞에서 처음 흰색 제복을 입고 나타난 적이 있는데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나오니 속으론 좋으면서 나오는 미소를 억제하고 근엄한 척하며 "조용히 해!" 하던 모습이 아직도 귀엽게 기억된다.
1중대 2구대장 이우범 소위
별명은 천사. 왜냐고? 천사같이 착했거던. 나는 분열 연습을 하면 감각이 무딘지 횡을 잘 맞추지 못했다. 그것도 드럽게... 그러다 이사람한테 걸렸다.
'귀관! 뭐하는거야 업드려 뻗쳐! 하나 하면 팔을 굽히면서 "정신을" 두울 하면 팔을 펴면서 "차리자"를 외친다 알았나?'
나는 최소한 수십번은 이걸 시켜서 혹사시킬 줄 알았다. 입대전에도 팔굽혀 펴기 50회정도는 너끈히 하던 나였지만 각오를 단단히 했다. 그런데 두 번을 시키더니 일어 서라고 하길래 뭐가 잘못된 줄 알았다.
"어! 귀관! 정신 좀 차렸어?"
나는 씩씩하게 "넷" 하고 대답했다.
"이제 자리로 돌아가"
"넷!"
글쎄 이 정도로 착하대니깐!
어휴! 이렇게 착해 빠져서 제대후 사기 안당하고 잘살고 있을지 원!
1중대 3구대장 윤종근
코평수가 유난히 넓었던 그는 얼핏보면 거시기(뭔지 알지?) 같이 보였다. 별명은 바이코. 물론 바둑이 싸이코의 준말이다. 왜 바이코냐. 그의 성격은 거의 미친개를 방불케 했다. 천지관에서 직각식사가 습관이 되지 않아 무심코 고개를 숙여 밥을 쳐다본 해군 후보생을 밥도 안먹이고 '귀관이 돼지냐'며 아구창 시구창을 돌려 무식하게 조패던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면 그 사유를 기억하고도 남을것이다. 그는 자기 별명이 바이코라는 것쯤은 스스로도 안다. 그런데 그게 무슨뜻인지는 모른다. 그는 내색은 안했지만 궁금해 미치기 직전이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임관이 얼마남지 않고 사은회가 가까와지자 훈련관들은 '사은회때의 후보생들의 만행'을 염려한 나머지 몸을 사리며 후보생들에게 비위를 맞추느라 노력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는 그런 분위기를 틈타 자기 구대원들 이놈 저놈을 붙잡고 어울리지도 않게 다정한 척하며 물어 보았다.
"귀관 바이코가 뭐야? 말 좀 해봐."
닭살돋는 그의 질문과 말투에 그게 무슨 뜻인지 말해줄 바보는 아무도 없었다. 집요하게 묻자 어떤 놈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둘러대었는데 현장에서 그걸들은 나는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
"구대장님은 너무 엄격하시고 무서워서 바이킹의 용맹과 코브라의 독을 가졌다 해서 붙은 별명입니다."
"에이! 아닌거 아는데 진짜로 무슨뜻이야?
결국 그는 모두가 임관하고 나가는 그날까지 궁금해 미칠 자기 별명의 뜻을 알아내지 못했다. 지금은 알고 있을까...? 그거 참 되게 궁금하네 만약 연락이 되어서 그에게 물어보면 안다고 할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좋으니 제발 좀 가르쳐 달라고 할까?
1중대 4구대장 김기승 소위
대따 순진하게 생겼다. 어리버리해 보이기로 말하자면 '어리버리'라는 말 자체가 이사람 뗌에 생긴 말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피복이 아직 지급되지 않아 사복을 입은채 병영생활을 시작한 첫날. 천지관에서 밥먹고 나서 3보 이상 구보로 다니라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쪼빨아라 하고 슬슬 걸어다녔다. 그랬더니 내 뒤에서 "귀관! 걷나? 걸어?" 라며 나무란다. 나는 음흉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꾸도 안하고 슬슬 달리기 시작했다. 뒤돌아보며 여유 있게 손도 흔들어 주었다. 분위기 파악을 못한 나도 나지만 어이없는 표정을 하면서 그냥 나를 곱게 보내준 그도 그다. 개콘의 한장면이라고나 할까.
(계속해서 2중대는 추후에 2편으로...)
하나씩 별명은 다 있었다.
그 별명은 성격적, 외모적 특성이 상당히 반영되어 있었고 지금 돌이켜 보아도 웃음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당직 구대장이었던 김명규 선배는 자신을 훈련관이라 소개하면서 '훈련관'이라는 호칭은 권위주의 탈피의 일환으로 '구대장'이라는 호칭에서 금년(1988년)부터 바뀌었다는 멘트와 함께 상당히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던 것이 새삼 기억난다.
아닌게 아니라 '훈련관'이 뭐냐? 부르기도 촌스럽고 듣기도 쪽팔리게 말이지.
어쨋든 후보생때 우리를 괴롭혔던 구대장들의 프로필을 한 번 되짚어 볼까나...
1중대(해군) 구대장 박성찬 대위
이 사람은 별명이 없었던 것 같다. 포항전지훈련 훈련을 다녀와서 수색대가와 유격대가를 부르는 우리를 보고 매우 아니꼬왔던 것 같다.
"우리는 해군 OCS(Officer Candidate School: 사관후보생 학교)80차가 아니라 해간(해병대 간부후보생)73기인 만큼 해군은 우리를 동기로 생각하지 말라"
는 김모 동기의 말이 이 사람 귀에 들어 갔던 모양이다. 사실 해군에선 우리 해병을 보구 해군 상륙병과라고 불렀지만 해군을 물방개라고 비하했던 우리 해병 입장에선 매미 닭잡아먹는 우끼는 소리였다. 그가 우리를 대가리 박게 만들고는
"어디서 되먹지 못한 노래를 배워 와서는 해간 운운하느냐 이 배은망덕한 새끼들"
이라는 비난을 던졌던 적이 있다. 이것이 다시 우리 훈육관이었던 안용희 선배의 귀에 들어가 박성찬 훈육관이 안선배의 훈육관실에서 무릎꿇고 싹싹 빌었다는 전설이 있었다. 그덕에 그날 우리는 자다말고 팬티바람에 비상소집을 당했다. 안용희 선배는 팬티바람으로 비상소집시켜 연병장 한쪽에 앉혀놓고 약간 달근한(?) 상태로 우릴 위로했다. 우리는 위로보다 한 숨의 잠이 더 소중했으니...
1중대 1구대장 홍병관 중위
이 사람은 작은 키에 눈이 크고 귀엽게 생겼다. 별명은 아톰. 그는 후보생들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하면서도 제스쳐를 힘있게 사용했는데 무쟈게 깜찍했었다. 후보생들 앞에서 처음 흰색 제복을 입고 나타난 적이 있는데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나오니 속으론 좋으면서 나오는 미소를 억제하고 근엄한 척하며 "조용히 해!" 하던 모습이 아직도 귀엽게 기억된다.
1중대 2구대장 이우범 소위
별명은 천사. 왜냐고? 천사같이 착했거던. 나는 분열 연습을 하면 감각이 무딘지 횡을 잘 맞추지 못했다. 그것도 드럽게... 그러다 이사람한테 걸렸다.
'귀관! 뭐하는거야 업드려 뻗쳐! 하나 하면 팔을 굽히면서 "정신을" 두울 하면 팔을 펴면서 "차리자"를 외친다 알았나?'
나는 최소한 수십번은 이걸 시켜서 혹사시킬 줄 알았다. 입대전에도 팔굽혀 펴기 50회정도는 너끈히 하던 나였지만 각오를 단단히 했다. 그런데 두 번을 시키더니 일어 서라고 하길래 뭐가 잘못된 줄 알았다.
"어! 귀관! 정신 좀 차렸어?"
나는 씩씩하게 "넷" 하고 대답했다.
"이제 자리로 돌아가"
"넷!"
글쎄 이 정도로 착하대니깐!
어휴! 이렇게 착해 빠져서 제대후 사기 안당하고 잘살고 있을지 원!
1중대 3구대장 윤종근
코평수가 유난히 넓었던 그는 얼핏보면 거시기(뭔지 알지?) 같이 보였다. 별명은 바이코. 물론 바둑이 싸이코의 준말이다. 왜 바이코냐. 그의 성격은 거의 미친개를 방불케 했다. 천지관에서 직각식사가 습관이 되지 않아 무심코 고개를 숙여 밥을 쳐다본 해군 후보생을 밥도 안먹이고 '귀관이 돼지냐'며 아구창 시구창을 돌려 무식하게 조패던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면 그 사유를 기억하고도 남을것이다. 그는 자기 별명이 바이코라는 것쯤은 스스로도 안다. 그런데 그게 무슨뜻인지는 모른다. 그는 내색은 안했지만 궁금해 미치기 직전이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임관이 얼마남지 않고 사은회가 가까와지자 훈련관들은 '사은회때의 후보생들의 만행'을 염려한 나머지 몸을 사리며 후보생들에게 비위를 맞추느라 노력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는 그런 분위기를 틈타 자기 구대원들 이놈 저놈을 붙잡고 어울리지도 않게 다정한 척하며 물어 보았다.
"귀관 바이코가 뭐야? 말 좀 해봐."
닭살돋는 그의 질문과 말투에 그게 무슨 뜻인지 말해줄 바보는 아무도 없었다. 집요하게 묻자 어떤 놈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둘러대었는데 현장에서 그걸들은 나는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
"구대장님은 너무 엄격하시고 무서워서 바이킹의 용맹과 코브라의 독을 가졌다 해서 붙은 별명입니다."
"에이! 아닌거 아는데 진짜로 무슨뜻이야?
결국 그는 모두가 임관하고 나가는 그날까지 궁금해 미칠 자기 별명의 뜻을 알아내지 못했다. 지금은 알고 있을까...? 그거 참 되게 궁금하네 만약 연락이 되어서 그에게 물어보면 안다고 할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좋으니 제발 좀 가르쳐 달라고 할까?
1중대 4구대장 김기승 소위
대따 순진하게 생겼다. 어리버리해 보이기로 말하자면 '어리버리'라는 말 자체가 이사람 뗌에 생긴 말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피복이 아직 지급되지 않아 사복을 입은채 병영생활을 시작한 첫날. 천지관에서 밥먹고 나서 3보 이상 구보로 다니라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쪼빨아라 하고 슬슬 걸어다녔다. 그랬더니 내 뒤에서 "귀관! 걷나? 걸어?" 라며 나무란다. 나는 음흉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꾸도 안하고 슬슬 달리기 시작했다. 뒤돌아보며 여유 있게 손도 흔들어 주었다. 분위기 파악을 못한 나도 나지만 어이없는 표정을 하면서 그냥 나를 곱게 보내준 그도 그다. 개콘의 한장면이라고나 할까.
(계속해서 2중대는 추후에 2편으로...)